밤 열한 시 사십이 분, 골목의 빗물은 하수구로 흐르지 않고 여관 쪽으로 기울었다. 나는 카운터 위의 등잔 심지를 조금 낮추고 숙박부의 빈 줄을 확인했다. 비 오는 날에는 늘 손님이 왔다. 이상한 점은 손님보다 이름이 먼저 도착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날의 첫 줄에는 굵은 먹물이 번져 있었다. 강도윤. 204호. 내일 오전 7시 10분. 아직 날짜가 넘어가지도 않았는데, 장부는 내일 아침을 적어두고 있었다. 나는 종을 닦고, 젖은 수건을 꺼내고, 아무에게도 열리지 않는 현관 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뒤 한 남자가 로비 한복판에 서 있었다. 문이 없는 여관이므로 손님들은 늘 그렇게 나타났다. 그는 어깨가 젖지 않은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다. 우산도 들고 있지 않았다. 다만 손바닥에는 편의점 영수증 한 장이 붙어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날짜가 내일이었다.
"저, 여기 전화하신 분 계십니까?" 그가 물었다. "제 이름으로 방이 잡혀 있다고 해서요."
나는 숙박부를 돌려 보여주었다. 남자는 자기 이름을 보자 한 걸음 물러섰다. 누구든 이곳에서 처음 자기 이름을 보면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놀람보다 먼저 오는 것은 억울함이다. 자신이 아직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았다고 믿고 싶은 얼굴.
204호에는 작은 접이식 테이블과 벽시계, 그리고 검은 우산이 하나 있었다. 우산은 완전히 말라 있었다. 손님은 그것을 보자 천천히 입술을 다물었다. "제 우산이 아닙니다." 그 말은 너무 빨랐다. 사람은 정말 모르는 물건을 그렇게 급하게 부정하지 않는다.
테이블 위의 영수증에는 생수 한 병, 삼각김밥 하나, 우산 하나가 찍혀 있었다. 결제 시각은 내일 오전 7시 10분. 영수증 하단에는 볼펜으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늦지 말 것. 이번에는 말을 걸 것.
강도윤은 오래전부터 같은 버스 정류장에서 한 여자를 보았다고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여자는 낡은 회색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그는 매번 말을 걸 생각만 하다가 지나쳤고, 어느 날부터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정류장 벤치 밑에 접힌 우산 하나가 남았다. 그는 그것을 가져가지도, 버리지도 못한 채 매일 그 앞을 지나갔다.
"내일이면 다시 볼 것 같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근거는 없지만요. 그래서 우산을 샀던 것 같습니다. 아직 사지는 않았지만."
벽시계가 7시 10분을 가리켰다. 방 안에 아침 냄새가 고였다. 창밖에는 여관 골목이 아니라 버스 정류장이 보였다. 회색 우산을 든 사람이 비스듬히 서 있었고, 버스 전광판은 도착 예정 없음만 반복했다. 강도윤은 창문 앞에서 아주 오래 망설였다.
문 없는 여관이 돌려주는 것은 늘 기회가 아니다. 때로는 놓쳤다는 사실을 똑바로 볼 용기뿐이다. 나는 장부의 마지막 칸에 펜을 얹었다. 손님이 무엇을 고르든, 장부는 그가 더 이상 같은 정류장 앞에서 멈춰 서지 않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산을 들고 정류장으로 간다
그는 창문을 열고 검은 우산을 펼쳤다. 정류장의 여자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래도 그는 처음으로 말했다. "이 우산, 혹시 필요하십니까?" 버스는 오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비가 그칠 때까지 같은 지붕 아래 서 있었다.
우산을 방에 두고 나온다
그는 우산을 테이블 위에 접어두었다. 다음 날 현실의 정류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대신 벤치 밑에 있던 회색 우산도 사라져 있었다. 강도윤은 빈 벤치를 보고 오래 서 있다가, 처음으로 그냥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