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없는 여관에서 아침을 본 사람은 없다. 창밖이 희미해지는 일은 있어도, 해가 뜨지는 않는다. 비는 늘 밤의 색으로 내리고, 골목의 끝은 언제나 같은 어둠으로 접힌다. 그래서 로비 바닥에 처음 햇빛이 닿았을 때, 나는 그것이 먼지라고 생각했다.
카운터 위 장부가 스스로 펼쳐졌다. 그동안의 이름들이 줄지어 있었다. 강도윤, 윤세아, 문하율, 오근식, 한유리, 정민규, 서다인, 백윤재. 그리고 빈 줄. 그 아래에 새 문장이 생겼다. 기록원. 오늘 아침. 문이 생긴다.
복도 끝으로 갔다. 늘 골목이 있던 자리에 이번에는 정말로 문이 있었다. 나무문이었다. 특별한 장식도 없고, 황금 손잡이도 없었다. 오래된 병실 문처럼 조금 벗겨진 흰색 페인트, 눈높이보다 낮은 작은 유리창. 유리 너머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나는 문 앞에 서서 검은 열쇠를 꺼냈다. 열쇠는 맞지 않았다.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 사실이 오히려 나를 오래 멈추게 했다. 나는 오랫동안 문이 없어서 나가지 못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떤 문은 열쇠가 없어도 열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열린 문 앞에서도 오래 서 있는다.
로비 쪽에서 종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카운터 앞에 손님들이 서 있었다. 정확히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물건들이었다. 검은 우산, 은색 알람시계, 운동화 한 짝, 젓가락 한 벌, 젖은 문장, 작은 유리병, 노란 우산, 녹슨 열쇠. 그 물건들은 말없이 줄지어 있었다. 마치 체크아웃을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나는 장부를 들고 하나씩 마지막 문장을 적었다. 기다림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알람은 울리지만 벌이 아니었다. 신발장은 비었고, 식당에는 젓가락 두 벌이 있었다. 창문은 완전히 닫히지 않았고, 보관함은 한 칸을 비워두었다. 801호는 예약을 강요하지 않았고, 401호의 열쇠는 소리를 냈다.
마지막으로 내 줄이 남았다. 펜촉에서 잉크가 천천히 번졌다. 나는 내가 도망쳤던 병실을 떠올렸다. 늦어도 괜찮으니 들어오라는 문장. 누군가 정말 그렇게 말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이제 그 문장을 핑계로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문을 열자 병원 복도가 있었다. 형광등은 너무 밝았고, 창문 밖에는 오래전 비가 내리고 있었다. 복도 끝 병실 문은 반쯤 열려 있었다. 나는 그 앞까지 걸어갔다. 안에는 아무도 없을 수도 있었다. 너무 늦었을 수도 있었다. 용서 같은 것은 준비되어 있지 않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나는 들어갔다.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오래전 하지 못한 말을 했다. 미안하다고. 무서웠다고. 늦었다고 생각해서 더 늦어졌다고.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침대 옆 창문이 아주 조금 열렸고, 비 냄새 대신 아침 공기가 들어왔다.
여관으로 돌아왔을 때 로비는 비어 있었다. 카운터 위에는 새 숙박부가 놓여 있었고, 첫 장에는 아무 이름도 없었다. 여관 주인의 찻잔도, 종도, 열쇠함도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현관이었다. 여전히 문은 없었지만, 바깥이 보였다. 막다른 골목이 아니라, 젖은 돌길 너머로 흐린 아침이 이어져 있었다.
나는 장부의 마지막 줄에 적었다. 체크아웃. 단, 비가 오면 다시 돌아와도 좋다. 문 없는 여관은 끝나지 않았다. 다만 이제 나는 그 안에 갇힌 사람이 아니라, 불을 켜두는 사람에 가까웠다.
아침 길로 나간다
나는 카운터 등잔을 낮추고 아침 길로 걸어 나갔다. 뒤돌아보니 여관은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주머니 안에는 작은 종 하나가 있었다. 비 오는 밤 누군가 길을 잃으면, 그것은 다시 울릴 것이다.
여관에 남아 불을 켠다
나는 로비 창문을 닦고 새 장부를 펼쳤다. 언젠가 또 비가 오면 손님이 올 것이다. 이번에는 그들에게 말해줄 수 있다. 문은 없지만, 나가는 길은 정말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