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관에서 일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른다. 처음에는 그것이 이곳의 규칙이라고 생각했다. 문 없는 여관에는 달력이 있지만 해가 바뀌지 않고, 시계가 있지만 밤만 흐른다. 손님들은 와서 울고, 망설이고, 작은 물건 하나를 들고 나간다. 나는 그들의 이름을 적고 마지막 문장을 닫는다.
그러나 EP.08의 노인이 나간 뒤, 숙박부는 덮이지 않았다. 빈 줄 하나가 페이지 한가운데 남았다. 잉크가 맺혔다가 사라지고, 다시 맺혔다. 나는 펜을 내려놓았다. 장부는 손님보다 이름이 먼저 온다. 그날은 이름보다 침묵이 먼저 왔다.
자정이 지나자 빈 줄 위에 문장이 생겼다. 야간 기록원. 방 없음. 당신은 아직 나간 적이 없다.
나는 웃으려 했다. 장부가 실수할 리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이번만은 실수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나는 객실 열쇠함을 확인했다. 모든 방 열쇠가 제자리에 있었다. 204호, 307호, 112호, 식당, 505호, B열, 801호, 401호. 그런데 그 사이에 번호가 없는 검은 열쇠 하나가 걸려 있었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것처럼 먼지가 앉아 있었다.
열쇠를 집자 로비의 불이 하나씩 꺼졌다. 카운터 뒤 벽이 복도로 밀려났고, 복도 끝에는 문이 없었다. 아니, 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비 오는 골목이 있었다. 나는 그 골목을 알고 있었다. 기억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한때 손님이었다. 오래전, 내가 아직 이 여관을 모를 때, 나는 누군가의 병실 앞에서 도망쳤다. 마지막 인사를 해야 했지만, 늦었다는 말을 듣는 것이 무서워 병원 밖으로 나왔다. 비가 내렸고, 막다른 골목 끝에 여관이 있었다. 나는 잠깐만 쉬어가려 했다. 그 밤 이후로 누군가 내 이름을 부른 적이 없었다.
여관 주인은 내게 카운터를 맡겼다. "손님들의 이야기를 적다 보면 언젠가 네 줄도 읽을 수 있을 거야." 그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아니면 내가 그렇게 듣고 싶었을 것이다. 세월은 여관 밖에서만 흘렀고, 나는 다른 사람들의 하루를 돌려주며 내 하루를 장부 사이에 끼워두었다.
검은 열쇠는 어떤 문도 열지 않았다. 대신 카운터 아래 낡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편지 한 장이 있었다. 받는 사람은 나였다. 보낸 사람의 이름은 번져 있었지만, 첫 문장은 읽을 수 있었다. 늦어도 괜찮으니 들어와.
나는 그 문장을 오래 만졌다. 손님들에게 수없이 말해온 문장들이 떠올랐다. 기회가 아니라 용기일 뿐이라고. 기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다른 모양을 찾는 것이라고. 그런데 정작 내게는 그 말들이 한 번도 도착한 적 없었다.
장부의 빈 줄은 여전히 비어 있었다. 나는 펜을 들었다. 이름을 적으려 했지만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여관은 기다렸다. 이곳은 언제나 기다리는 일에 능했다.
편지를 장부에 끼운다
장부의 빈 줄은 닫히지 않았다. 대신 그 페이지는 더 이상 나를 재촉하지 않았다. 나는 처음으로 손님들의 이름 옆에 아주 작은 여백을 남기기 시작했다.
검은 열쇠를 주머니에 넣는다
열쇠는 무거웠지만 낯설지 않았다. 나는 로비 불을 모두 끈 뒤에도 카운터를 떠나지 못했다. 그러나 다음 비가 올 때, 복도 끝의 골목이 조금 더 선명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