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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022 · DOORLESS INN
Doorless I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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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05

12시에 닫히는 창문

자정마다 사라지는 문장들은 창밖에서 빨래처럼 젖은 채 흔들리고 있었다.

505호는 여관에서 가장 조용한 방이다. 다른 객실이 손님의 기억으로 모습을 바꾸는 동안에도 505호는 늘 책상 하나, 의자 하나, 닫힌 창문 하나뿐이다. 대신 자정이 가까워지면 창틀 사이로 종이 넘기는 소리가 난다. 누군가 읽는 것이 아니라, 쓰이지 못한 문장들이 스스로 몸을 뒤척이는 소리다.

그 방을 찾은 손님은 작가 한유리였다. 그는 긴 코트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내게 보여주었다. 마지막 장마다 문장이 끊겨 있었다. 어떤 문장은 주어만 남았고, 어떤 문장은 마침표만 남았다. "매일 밤 열두 시가 되면 문장이 사라져요. 제가 쓴 것도, 쓰려고 한 것도."

숙박부는 그에게 방을 배정하며 짧게 적었다. 505호. 결말은 도망가지 않는다. 다만 밀린다.

한유리는 오랫동안 같은 소설을 쓰고 있었다. 주인공이 집을 떠나 먼 도시로 가는 이야기. 그러나 원고는 언제나 마지막 장 앞에서 멈췄다. 그는 더 좋은 문장을 기다렸고, 더 정확한 감정을 기다렸고, 더 완벽한 결말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등장인물들은 늙었고, 원고 속 도시는 몇 번이나 계절을 바꾸었다.

장부 기록: 505호 손님은 문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다. 문장들이 너무 오래 기다리다 창밖으로 나간 것이다.

자정 십 분 전, 505호 창문이 저절로 열렸다. 바깥에는 여관 골목이 없었다. 끝없는 빨랫줄이 밤하늘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종이들이 집게에 물려 흔들렸다. 각각의 종이에는 한유리가 쓰다 지운 문장들이 적혀 있었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녀는 사실 알고 있었다. 도시는 생각보다 가까웠다.

한유리는 창가에 서서 손을 뻗었다. 가장 가까운 문장은 손끝이 닿기 직전 뒤로 물러났다. "왜 도망가죠?" 그가 물었다.

"너무 오래 붙잡지 않아서요." 내가 말했다. "혹은 너무 오래 붙잡기만 해서요."

자정이 되자 창문이 닫히기 시작했다. 한유리는 당황해 아무 종이나 움켜쥐었다. 종이는 젖어 있었고, 먹물은 번져 있었다. 그 위에는 단 한 줄이 남아 있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끝까지 가는 사람만이 다음 문장을 만난다.

그는 책상 앞에 앉았다. 손이 떨렸지만 펜을 들었다. 좋은 문장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는 표정이 올라오려는 순간, 창문이 조금 더 닫혔다. 한유리는 이를 악물고 첫 문장을 적었다. 원고 속 주인공은 마침내 도시로 들어갔다. 도시는 아름답지 않았다. 비가 샜고, 방은 좁았고, 첫날부터 길을 잃었다. 그래도 주인공은 거기에 있었다.

문 없는 여관은 완성된 원고를 보상으로 주지 않는다. 대신 쓰는 사람이 자기 문장의 첫 독자가 되는 순간을 돌려준다. 한유리는 새벽까지 쓰고, 고치지 않고, 지우지 않았다. 종이들은 창밖에서 하나씩 마르기 시작했다.

후일담 선택
젖은 문장을 원고에 붙인다

한유리는 원고 마지막 장에 번진 문장을 그대로 붙였다. 독자들은 그 부분을 가장 이상한 장면이라고 말했지만, 그는 처음으로 그 말이 싫지 않았다. 이상하다는 것은 적어도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창문을 열어둔다

505호 창문은 이후 완전히 닫히지 않았다. 한유리는 매일 밤 사라지는 문장을 막으려 하지 않고, 돌아오는 문장과 떠나는 문장을 함께 적었다. 소설은 느리지만 끝을 향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