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없는 여관에는 식당이 있지만 조식은 제공되지 않는다. 메뉴판도 없고, 주방에는 불이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비가 몹시 오는 날이면 복도 끝에서 국 끓는 냄새가 올라온다. 손님들은 대부분 그 냄새를 맡지 못한다. 맡는 사람은 대개 오래전에 식탁 하나를 두고 온 사람들이다.
그날 손님은 흰 조리복을 접어 든 노인이었다. 이름은 오근식. 그는 삼십 년 동안 작은 백반집을 운영하다가 지난달 가게를 정리했다고 했다. 장부는 그에게 방을 배정하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적었다. 식당. 조식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노인은 로비에 서서 코끝을 찡그렸다. "시래깃국 냄새군요." 그가 말했다. "간이 조금 싱거워."
여관 식당의 불이 켜졌다. 먼지 쌓인 테이블 여섯 개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고, 가장 안쪽 자리에는 밥 한 공기와 국 한 그릇, 김치 접시가 놓여 있었다. 모두 김이 나고 있었다. 노인은 그 앞에 앉지 못했다.
오근식에게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들은 늘 늦게 일어났고, 아버지는 늘 가게로 먼저 나갔다. 서로 말이 적은 부자였다. 아들이 고등학교를 그만두겠다고 말한 날, 오근식은 밥부터 먹으라고 했다. 아들은 밥상 앞에 앉지 않았다. 그날 이후 아들은 집을 나갔고, 오근식은 오래도록 아침 국을 조금씩 싱겁게 끓였다. 혹시 돌아오면 자극적이지 않게 먹으라고.
"돌아온 적은 있습니까?" 내가 물었다.
노인은 국그릇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없는 줄 알았지. 그런데 가게 정리하던 날 알았소. 새벽마다 누가 문 앞에 식재료를 두고 갔더군. 낡은 장갑, 마트 영수증, 내가 좋아하던 무청까지. 십 년도 넘게."
식당 벽에 걸린 달력이 천천히 넘어갔다. 어느 새벽의 골목이 창밖에 나타났다. 젊은 남자가 박스 하나를 가게 앞에 내려놓고 있었다. 그는 문을 두드리지 않았다. 안쪽 불이 켜져 있는지 한참 들여다보다가, 그대로 비 속으로 걸어갔다.
오근식은 식탁 위의 숟가락을 집었다. 그러나 국을 뜨지 않았다. "차려주지 못한 밥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문 없는 여관의 식당은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빈 맞은편 자리에 젓가락 한 벌을 더 놓았다. 노인은 오래도록 그 자리를 바라보다가, 국그릇을 자기 쪽에서 맞은편 쪽으로 밀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말했다. "먹고 가라. 싱거우면 소금 더 치고."
그 순간 식당의 냄새가 변했다. 오래 끓여 탁해진 국 냄새가 아니라, 막 뚜껑을 연 밥솥의 따뜻한 냄새였다. 창밖의 젊은 남자는 들은 듯 말 듯 잠시 멈췄다. 손잡이를 잡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등을 돌리지는 않았다.
식당에 젓가락을 남긴다
여관 식당 가장 안쪽 자리에는 젓가락 두 벌이 남았다. 이후 비 오는 새벽마다 누군가 그 자리에 앉는 소리가 들렸고, 국 냄새는 조금씩 싱거워졌다.
젓가락을 가지고 돌아간다
오근식은 빈 가게 셔터 앞에 작은 쪽지를 붙였다. '아침은 여섯 시. 문은 열어두마.' 사흘 뒤 새벽, 문 앞에는 무청 대신 짧은 답장이 놓였다. '소금은 제가 사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