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비 오른쪽 복도에는 분실물 보관함이 있다. 손님들은 대개 그 존재를 모른다. 열쇠를 잃어버린 사람은 열쇠를 찾고, 우산을 잃어버린 사람은 우산을 찾지만, 보관함이 정말로 맡아두는 것은 그런 물건이 아니다. 거기에는 돌아가지 못한 대답, 삼켜버린 사과, 끝내 꺼내지 못한 이름 같은 것들이 얇은 봉투에 담겨 있다.
그날의 손님은 넥타이를 느슨하게 맨 회사원이었다. 이름은 정민규. 그는 체크인 절차를 묻기도 전에 목을 만졌다. 목소리가 쉬어 있었다. "회의가 길어서요." 그는 그렇게 설명했다. 그러나 장부에는 다르게 적혔다. 분실물 보관함 B열. 손님은 목소리를 맡긴 뒤 찾아가지 않았다.
B열의 보관함은 오래된 우편함처럼 생겼다. 칸마다 번호 대신 짧은 문장이 붙어 있었다. 그때 싫다고 말했어야 했다. 축하한다고 먼저 말하고 싶었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정민규는 그 문장들을 읽을수록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직장에서 늘 정확한 말을 했다. 문제 없습니다. 확인했습니다. 조정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일은 조용히 지나갔다. 불합리한 일을 맡아도, 누군가의 실수를 대신 뒤집어써도, 그는 화를 내는 대신 문서를 고쳤다. 사람들이 그를 믿음직하다고 불렀고, 그는 그 말 뒤에 숨었다.
보관함 B-17 칸에서 작은 유리병이 나왔다. 병 안에는 아주 낮은 목소리가 웅크리고 있었다. 병마개를 열자 말이 흘러나왔다. "저는 못 하겠습니다." 단순한 문장이었다. 그러나 정민규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의자에 앉아버렸다. "이게 제 목소리라고요?"
복도 끝이 회의실로 바뀌었다. 형광등 아래 긴 테이블, 미지근한 커피, 누군가 밀어놓은 추가 업무 파일. 화면 속 시간은 밤 열한 시를 지나고 있었다. 상사가 말했다. "민규 씨가 해주면 깔끔하잖아." 과거의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의 그는 유리병을 쥐고 그 장면을 바라보았다.
"말하면 미움받을 것 같았습니다." 그가 말했다. "쓸모없는 사람이 될 것 같았고요."
"말하지 않으면요?" 내가 물었다.
정민규는 대답하지 못했다. 회의실 안의 과거가 계속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 모습이 얼마나 피곤해 보이는지 처음 보았다. 유리병 속 목소리는 아주 작았지만, 손바닥 안에서 계속 떨렸다. 못 하겠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제 이름으로 올리지 말아 주십시오.
문 없는 여관은 용기를 크게 포장하지 않는다. 어떤 용기는 한 문장을 자기 목소리로 읽는 정도의 크기다. 정민규는 병마개를 완전히 열고, 회의실을 향해 말했다. "저는 못 하겠습니다."
과거의 회의실은 즉시 무너지지 않았다.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다만 화면 속 그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것만으로도 보관함 B열의 한 칸이 비었다.
유리병을 가져간다
정민규는 책상 서랍에 작은 유리병을 넣어두었다. 그는 여전히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요한 말과 하고 싶은 말 사이에 선을 긋기 시작했다.
유리병을 보관함에 남긴다
B-17 칸은 비어 있지 않았다. 대신 병 안에는 새로운 문장이 담겼다. '다음 사람도 찾을 수 있게.' 그 후 보관함 앞에는 종종 넥타이를 느슨하게 맨 손님들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