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관 카운터에는 열쇠 반납함이 있다. 손님들은 체크아웃할 때 그 안에 열쇠를 넣는다. 그러나 어떤 열쇠들은 떨어지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반납함 안쪽에서 오래 맴돌다가, 주인을 따라 다시 주머니로 들어간다. 아직 문을 닫지 못한 사람들의 열쇠다.
비가 가늘게 내리던 밤, 한 노인이 작은 천주머니를 내밀었다. 안에는 녹슨 열쇠 하나가 들어 있었다. 그는 자기 이름보다 먼저 말했다. "돌려주러 왔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장부에는 이름이 천천히 적혔다. 백윤재. 401호. 반납하지 않은 것은 열쇠가 아니라 귀가. 노인은 젊은 시절 여관에 묵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여관의 열쇠는 황동이고, 그가 가져온 열쇠는 낡은 집 대문 열쇠였다.
401호 문을 열자 오래된 단독주택 마당이 나타났다. 장독대에는 빗물이 고였고, 처마 끝에서는 일정한 간격으로 물방울이 떨어졌다. 안방 미닫이문 너머로 라디오 소리가 들렸다. 노인은 마당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내가 나가던 날 그대로군."
그는 스무 살에 집을 떠났다. 가난한 집, 엄한 아버지, 말없이 밥을 차리던 어머니. 그는 성공해서 돌아오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몇 해는 편지도 썼다. 그다음에는 바빴고, 그다음에는 민망했고, 결국 돌아가기엔 너무 늦었다고 믿게 되었다. 부모의 부고는 각각 다른 계절에 도착했다. 그는 장례식에 갔지만, 집 대문은 열지 않았다.
열쇠는 그 뒤로도 그의 지갑 안에 있었다. 이사할 때도, 결혼할 때도, 자식이 태어날 때도.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버리지도 않았다. "이제 그 집은 없어졌습니다." 노인이 말했다. "재개발로 사라졌어요. 그러니 돌려줄 곳도 없는데, 왜 아직 무거운지 모르겠습니다."
마당 끝에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스무 살의 백윤재였다. 그는 가방을 메고 있었고, 화가 난 얼굴이라기보다 울지 않으려고 애쓰는 얼굴이었다. 안방에서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밥 먹고 가라. 그 목소리는 명령도 부탁도 아닌, 문을 조금 열어두는 말이었다.
노인은 천주머니를 꽉 쥐었다. "그때 들어갔으면 달라졌을까요?"
"모릅니다." 내가 말했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겠지요."
그는 천천히 마당을 건넜다. 대문 열쇠는 이미 쓸 곳이 없었지만, 안방 미닫이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노인은 문 앞에 열쇠를 내려놓고 절을 했다. 사과라기엔 늦었고, 귀가라기엔 짧았다. 그래도 그 동작이 끝나자 처마의 빗방울 소리가 조금 가벼워졌다.
열쇠를 반납함에 넣는다
열쇠는 이번에는 소리를 냈다. 아주 작은 금속음이었다. 백윤재는 빈 지갑을 만지며 로비를 나섰고, 처음으로 가볍다는 말이 슬프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열쇠를 다시 가져간다
그는 열쇠를 버리지 않았다. 대신 손자에게 보여주었다. "이건 열 문이 없지만, 닫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알려주는 열쇠다." 그 말 뒤로 가족들은 오래된 집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