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실의 가장 안쪽 서랍에서 서윤의 신청서가 나왔다. 종이는 오래되었지만 접힌 자국이 없었다. 마치 누군가 매일 펼쳐보고, 다시 같은 모양으로 눌러 둔 것 같았다.
신청서에는 사고 당일의 시간이 적혀 있었다. 오후 8시 31분. 비. 횡단보도. 저장되지 않은 번호. 그리고 어머니가 도착하기 4분 전.
서윤은 그제야 기억했다. 그녀는 죽음을 피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가 자기 마지막 모습을 보지 않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하루를 밀어냈다. 그러나 하루는 폐기되지 않았다. 수취인을 잃은 어제는 대리점 안에 고였고, 그 고인 시간이 수많은 손님의 반품된 하루와 뒤섞였다.
신청자
한서윤
수취인
한미정
품목
사고 당일의 마지막 4분
반품 사유
미입력
도현은 카운터 위에 만년필을 놓았다. “사유를 입력하면 정산됩니다.”
“정산되면 저는 어떻게 되죠?”
“그건 사유에 따라 다릅니다.”
서윤은 지난 손님들의 사유를 떠올렸다. 단순 변심, 후회, 실수, 사랑, 죄책감, 책임 회피, 미련, 거짓말, 배송 오류. 모두 자기 하루를 견디지 못한 사람들이 남긴 이름이었다. 그리고 간판 사이로 번쩍였던 문장도 떠올랐다.
어제는 환불되지 않습니다. 단, 오늘은 아직 개봉 전입니다.
민우는 찢어진 우편가방을 들고 문 앞에 섰다. “네가 돌려보내면, 모두 자기 하루를 기억하게 돼. 아플 거야. 그래도 남의 아침에 도착하진 않겠지.”
서윤은 만년필을 들었다. 대리점의 모든 시계가 8시 31분에서 멈췄다.
Final Input
한서윤의 최종 반품 사유를 입력하십시오.
후회사랑죄책감환불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