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는 이름 없는 PC방 팀의 정글러였다. 유니폼은 없었고, 스폰서 로고 대신 손목에 찍힌 입장 도장이 전부였다. 결승 상대는 이미 아카데미 코치들이 지켜보는 팀이었다. 해설진은 경기 시작 전부터 "이변이 나오려면 초반 사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Morning Boar는 그 말을 들으며 물병 뚜껑을 너무 세게 잠갔다.
1세트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졌다. 바위게 싸움에서 밀렸고, 미드 갱킹은 와드에 걸렸으며, 바텀은 첫 귀환 전에 무너졌다. 팀원들은 괜찮다고 했지만, 그 괜찮다는 말이 더 무거웠다. 그는 대기실 뒤쪽에서 손바닥을 폈다 접었다. 손이 떨린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그 떨림을 숨기려 한다는 사실이 더 부끄러웠다.
2세트 시작 전, 팀의 미드가 종이컵에 물을 따르다 말했다. "네가 먼저 가면 따라갈게." 위로처럼 들리지 않았다. 명령도 아니었다. 그냥 아직 같은 편이라는 확인이었다. Morning Boar는 그 말에 고개만 끄덕였다. 그에게 필요한 건 멋진 작전이 아니라, 들어갔을 때 뒤돌아보지 않아도 된다는 확신이었다.
14분, 드래곤 앞 시야가 모두 꺼졌다. 상대 정글러는 위쪽에 보였고, 탑 라인은 밀려 들어오고 있었다. 원래라면 포기하고 전령 쪽으로 돌려야 했다. 그러나 바텀 듀오가 아직 한 번도 집에 가지 않은 채 버티고 있었다. 미드도 점멸이 없었다. 전부 애매했고, 그래서 더 이상했다. 애매한 순간만이 약팀에게 남는 문처럼 보였다.
그는 핑을 찍지 않았다. 찍으면 팀원들이 말릴 것 같았다. 대신 짧게 말했다. "나 들어가면 2초만 봐줘." 말이 끝나는 순간, 심장이 화면보다 먼저 뛰었다.
강가의 풀숲으로 들어갈 때 그는 자신의 닉네임을 처음 미워하지 않았다. 아침에 흙길을 박차고 나가는 것처럼 단순한 돌진. 계산이 끝난 움직임이 아니라, 계산할 시간이 없어서 몸이 먼저 나가는 움직임. 해설의 목소리가 높아졌고, 상대 원딜의 이동기가 빠졌고, 드래곤 체력이 900 아래로 내려갔다.
Morning Boar는 드래곤을 보지 않았다. 상대 원딜에게 몸을 던졌고, 스킬 두 개를 대신 맞았다. 드래곤은 빼앗겼지만 한타는 뒤집혔다. 팀원들이 넥서스를 밀 때 그는 회색 화면을 보고 있었다. 승리 화면이 뜨자 손 떨림이 멎었다.
그날 이후 그는 알게 되었다. 정글러의 일은 몬스터를 먹는 것이 아니라, 팀이 숨 쉴 자리를 여는 일이라는 것을. 경기 후 처음으로 누군가가 그에게 물었다. "정글러, 이름이 뭐라고 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