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등록 마감일 아침, 레드 파인은 사무국의 회색 봉투를 열어 보지 않은 채 오래 들고 있었다. 안에는 선수 등록서와 건강 검진표, 그리고 은퇴 기념 인터뷰 요청서가 함께 들어 있었다. 그는 웃지 않았다. 인터뷰 요청서가 먼저 온다는 것은, 리그가 이미 그의 결말을 적어 두었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전성기의 그는 라인전으로 환호를 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먼저 맞고, 늦게 물러나고, 팀원이 숨을 고를 시간을 벌어 주는 쪽이었다. 화면에는 잘 남지 않는 일. 하이라이트에서 잘려 나가는 일. 그러나 오래된 감독들은 그가 한 발 늦게 쓰러지는 방식까지 기억했다. 레드 파인이 죽으면, 그 한타는 대개 이미 이겨 있었다.
지난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그는 손목 보호대를 풀지 못했다. 매듭이 젖은 것처럼 굳어 있었다. 패배 인터뷰에서 해설자가 물었다. "다음 시즌에도 볼 수 있을까요?" 그는 대답 대신 카메라 밖의 빈 의자를 보았다. 그 의자는 은퇴한 동료가 앉던 자리였다. 그때 처음으로, 오래 버티는 사람도 결국 누군가에게 자리를 비워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쉬는 법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새벽 연습전이 없는 날에도 그는 같은 시간에 눈을 떴고, 기록 영상을 보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날에도 손은 패배 장면을 다시 열었다. 멈춘 화면 속 자신의 챔피언은 아직 한 걸음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착각이 그를 오래 살렸고, 오래 지치게 했다.
새 구단에서 연락이 온 것은 비가 오던 저녁이었다. 제안은 화려하지 않았다. 주전 보장도, 우승 약속도 없었다. 다만 어린 선수들이 많고, 첫 시즌을 버텨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레드 파인은 그 문장을 여러 번 읽었다. 버텨 줄 사람. 오래전 자신이 가장 잘하던 역할이, 이상하게도 마지막 역할로 돌아와 있었다.
그는 등록서의 은퇴 예정 항목을 비워 두었다. 대신 포지션란에 천천히 TOP이라고 적었다. 펜 끝이 종이를 조금 파고들었다. 마지막 시즌이라는 말은 아직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어떤 말은 너무 일찍 말하면 그 말이 사람을 끌고 가기 때문이다.
경기장 조명이 켜지는 밤, 레드 파인은 후배들에게 먼저 헤드셋을 맞춰 주었다. 탑 라인에 설 신인에게는 "네가 맞을 필요 없는 딜은 내가 맞는다"고 말했다. 자신의 손목 보호대는 가장 마지막에 감았다. 매듭은 여전히 잘 묶이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았다. 오래 버틴다는 것은 끝까지 남는다는 뜻만은 아니었다. 누군가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만큼, 조용히 뒤를 막아 주는 일이었다.